시민의 행복을 위한 천안의 흥

어느 때보다 따듯한 입동(立冬)이라더니... 입동이 지난 지 불과 하루 이틀 만에 연 이틀 비가 내리더니 아침 날씨가 야무지게 쌀쌀해졌습니다. 이제 낮과 밤의 기온 차는 더욱 벌어지고 시린 몸을 붉게 태워 절정에 오른 단풍도 결국 이파리를 떨굴 겁니다.

점점 막바지로 치닫는 가을이 아쉬워 독립기념관 ‘단풍나무 길’을 찾았습니다. 카메라에 비친 단풍은 비가 내려 구름 낀 흐린 날씨에도 도도하게 붉은 빛을 발산하며 ‘만산홍엽(滿山紅葉)을 뽐내는 자태가 여전히 아름다웠습니다.

올해도 새빨간 잎들은 화려함으로 손님을 맞고 파란 가을 하늘은 만추의 추억을 남겨줄 것입니다. 들쭉날쭉한 기온과 한파까지 겪으면서 예년만큼 단풍이 곱지 못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울긋불긋 색감은 바라보는 눈을 즐겁고 황홀하게 합니다.

노란 낙엽과 붉은 단풍이 어우러진 모습은 형형색색이란 말이 딱 맞습니다. 한파를 이기지 못해 붉은 단풍을 만들지 못하고 떨어진 초록 단풍잎조차 색감을 더욱 풍부하게 해줍니다. 빗물에 젖은 낙엽은 잊어진 계절을 더욱 아쉽게 합니다.

독립기념관 단풍나무숲길은 원래 화재 등 긴급 시 사용할 목적으로 조성한 소방도로였습니다. 기념관 통일염원의 동산 입구에서 조선총독부 부재전시공원까지 7개 전시관 외곽을 따라 폭 6m, 길이 3.2km구간에 소방차 진입을 위해 만들었는데 1995년 1127그루의 단풍나무를 길을 따라 심고 지난 20여 년 공들여 기르면서 숲을 이뤄 이제는 사시사철 관람객이 찾는 명소가 됐습니다.

해마다 11월 초순부터 중순까지 오색의 옷을 갈아입고 그 아름다움이 절정을 맞으면 ‘단풍나무숲길 힐링축제’가 열립니다. 올해도 11월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간 열립니다. 기념관 겨레의집 앞마당에는 특설무대가 만들어지고 퓨전국악과 익스트림 태권도, 창작 마당극, 클래식 공연 등 방문객을 위한 다채로운 즐길 거리가 마련됩니다. 독립기념관 유투브에서도 실시간으로도 중계해 비대면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독립기념관의 ‘정이품송 장자목’을 둘러보는 것도 잊지 마세요. 이 소나무는 천연기념물 제103호 정이품송을 아버지로 한 그의 첫 번째 자식인 셈입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서 30 여 년 연구를 통해 유전 형질이 우수한 수형목을 선발해 정이품송 신부로 삼아 탄생했습니다. 정이품송은 소나무이지만, 정이품의 벼슬을 받는 등 의인화된 나무로 그 후계목이 민족의 정기가 서린 독립기념관에서 터전을 마련하고 충의를 잇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하겠습니다.

외침을 극복하고 민족의 자주와 독립을 지켜 온 국난극복의 상징인 독립기념관은 그래서 '민족의 성전'으로도 불립니다. 이번 주말에는 역사와 문화, 자연이 함께 숨 쉬는 독립기념관 단풍나무길에서 가을을 기억할 한 편의 추(秋)억을 만들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