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에서 평택 방향으로 1번 국도를 타고 오르다가 성환읍 대흥리에 이르면 국도 바로 곁에 국보 7호인 봉선홍경사갈기비가 있습니다. 길가에 안내 간판이 아주 크게 세워져 있어서 찾기가 아주 쉬웠습니다. 도착해 보니 아무도 관리하는 사람 없이 길옆에 국보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한때는 매우 큰 규모의 사찰이었겠지만 지금은 건물들은 모두 사라졌고, 절터에 봉선홍경사갈기비만 남아 있습니다. 이 비는 고려 1021년에 창건된 봉선홍경사 경내에 세워졌던 사적비로, 현재 한국에 남아있는 석비들 중에서 가장 형태가 잘 남아 있다고 평가 받고 있습니다.
우선 비석의 이름이 생소하지요? 홍경사는 절 이름이고요. 절 이름 앞에 붙은 봉선은 불교의 교리를 전하고자 절을 짓기 시작한 고려 안종이 그 완성을 보지 못하고 목숨을 다하자, 아들인 현종이 절을 완성한 후 아버지의 뜻을 받든다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라고 합니다.
갈비 또는 갈기비는 일반적인 석비보다 규모가 작은 비를 뜻하며, 이러한 갈비는 탑신만 있고 귀부나 덮개돌은 없는 게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대신 탑신의 모서리를 둥글게 조각하는 식으로 마무리를 하는데, 이 비석은 특이하게도 갈비 임에도 불구하고, 귀부와 덮개돌까지 온전히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귀부의 머리가 오른쪽을 향하고 있는 점도 특이하다고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절터에 홀로 남아 있던 봉선홍경사갈기비를 보호하기 위해 지금은 누각을 세우고 따로 상주하며 관리하는 분이 없기 때문인지 누각 전체를 철조망으로 둘러 싸 놓았습니다.
봉선홍경사갈기비의 비문은 해서체로 쓰였는데, 절의 창건에 관한 기록이 담겨 있습니다. 이 비문은 ‘해동공자’로 불리던 고려시대 최고의 유학자 최충이 짓고, 백현례가 글씨를 썼다고 기록이 되어 있습니다.
비록 절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봉선홍경사갈기비 주변에 남아 있는 소나무들의 형상을 보면, 번성했을 그 당시의 절의 사세가 어떠했는지를 짐작해 줍니다.
비석 주변에는 절의 건물들을 받쳤던 주춧돌들이 서너 곳에 남아 있습니다. 긴 극한의 장마 끝에 잠시 날이 개였지만, 대신에 극한의 무더위 속에서 이곳이 큰 절터였음을 증명하려는 듯이 비석 뒤편 소나무 아래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곳이 절터였음을 증명하는 또 다른 흔적은 형상을 제대로 알 수 없는 석탑입니다. 비석 왼편에 기단과 몸신 두 개, 그리고 덮개석 하나가 얹혀 있을 뿐인 비석이 쓸쓸히 서 있습니다.
봉선홍경사갈기비와 주변 절터를 둘러보다 보니까 점심때가 되어서 가까운 성환순대타운으로 향했습니다.
성환읍의 전통시장인 이화시장 내에 조성되어 있는 순대타운은 현대식 건물이 아닌 포장으로 둘러싼 허름한 곳에서 역시 전통음식인 순대와 순대국을 팔고 있습니다.
순대의 속도 전통방식을 따르고 있어 구수한 냄새와 더불어 맛까지 있어서 한번 찾아와서 드시면 만족할 것입니다.
국보인 봉선홍경사갈기비를 관람하고, 순대타운에서 점심을 드신 후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대흥저수지를 찾아 둘러보시면 의미 있는 하루의 일정이 될 것입니다.
대흥저수지 입구에 가면 위와 같은 포토존이 있으니 인증샷도 담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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