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 공간에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지는 곳이 있다. 오늘은 천안에 있는 광덕 양조장이 바로 그 공간이다. 예전에 술을 만들던 곳이 카페로 변신하였는데 오래된 그곳에서 여유로움과 만족감이 함께 느껴지게 만들었다. 카페 같으면서도 그냥 놔둔 것처럼 보이는 옛날의 건물처럼 보인다. 다른 것이 있다면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옛날에 양조장으로 사용되었다가 방치되던 건물이 카페로 변신한 것은 불과 6개월도 안되었다. 이런 카페는 옛날에 사용했던 용도의 삶의 방식에 깊이 연결이 되어 있다.
알지 못했다면 이곳이 카페인지 모르고 지나갈 것이다. 입구에 붙어 있는 ‘주식회사 구공 광덕 양조장’이라는 간판이 더 헷갈리게 만든다. 문을 열고 들어가도 될까란 생각을 해본다. 광덕 양조장 카페는 세월의 흔적이 밴 광덕 양조장의 빈티지한 외관을 그대로 살리고 내부만 디자인한 카페다.
양조장으로 사용한 건물이라서 천장고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들어가 보면 개방감이 남다르다. 이곳에 남자라곤 혼자뿐이다. 어디서 알고 왔는지 모르는 여성분들이 듬성듬성 있는 좌석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들어와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녀봐도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심지어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도 잠깐 보며 미소만 지어 보일 뿐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세월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은 어떤 돈을 들여서 만든 인테리어가 만들지 못하는 색채가 있다.
공간이 하나의 작품처럼 보이는 곳이라고 할까. 사람 역시 이 공간에 배치된 작품의 소품처럼 보인다. 보통 오래 사용해서 낡고 더러워진 물건은 보이지 않게 방치하던가 버리고 새로 사는 것, 마지막으로 깨끗하게 닦거나 수리를 해서 다시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맛있어 보이는 스콘도 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으로 광덕 양조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밀크티와 함께 즐기면 좋은 영국의 대표적 디저트로 가루 향을 느낄 수 있는 스콘은 간식으로도 좋다. 스콘은 먹음직스럽게 잘 부풀어 올라 익으면 갈라지는데 그걸 비유해서 늑대의 입이라고 한다. 즉 '늑대가 울면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까 광덕 양조장에서 나와 건너편으로 오면 노 키즈존이면서 더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도 있다.
차를 가지고 와서 이곳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지만 주로 사람들은 이곳에서 인증숏을 찍는다.
"행복은 성취의 기쁨과 창조적 노력이 주는 쾌감 속에 있다." -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마치 영화 속에서 독립운동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 있었을만한 공간이다. 일제의 강압에 저항하며 이겨내기 위해서는 이렇게 오래된 곳에서 논의를 해야 될 것만 같다.
오래된 건물이고 외관이 그대로 드러나서 흉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냥 놔두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어 보인다. 경제적인 것이 대전제인 자본주의 세상에서 오래된 것의 가치와 품위를 지켜 나고자 하는 광덕 양조장의 억지, 꾸밈, 무리가 없는 변신이 좋아 보인다. 필자 역시 이 곳을 둘러보면서 좋은 글을 써야지 하는 초심으로 돌아온다.
광덕 양조장 : 충남 천안시 동남구 광덕면 보신원 2길 30-4 |
